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1 투수진

어제 기분 좋게 1승을 먼저 챙긴 한화는 '회장님' 송진우 선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시즌 기록은 11승 7패, 방어율 3.81 WHIP 1.32. 對 SK戰에서는 방어율 5.71의 부진한 모습이었지만, SK를 상대로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 8일 완봉승을 거둬낸 만큼 SK에 약했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로 부상에서 벗어나 제 모습을 찾은 이후, 송진우 선수가 SK를 상대로 등판 경기는 그 한 경기뿐이었다.

한편, 홈팀 SK의 선발은 이젠 '어른왕자'가 된 김원형 선수였다.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모습을 보인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번 시즌의 피칭 내용은 빼어났다. 14승 8패, 방어율 3.41 WHIP 1.18, 하지만 한화를 상대로는 1승 2패, 방어율 4.74 WHIP 1.58로 역시 다소 부진한 모습이었다. 특히 조원우, 이도형, 이범호 선수를 상대로 피OPS 1.000 이상의 약한 상대 전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전적은 상대전적일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김원형 선수는 6 2/3이닝 동안 5피안타 사사구 2개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묶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리는 값진 승리였다. 반면, 송진우 선수는 자책점 5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자책점은 5점이었지만, 브리또 선수의 수비가 너무도 아쉬웠고, (이는 뒤에 수비 파트에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마운드를 이어 받은 윤규진 선수의 스퀴즈 번트 수비 역시 경험 부족이 드러난 부분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송진우 선수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너무 일찍 무너진 건 송진우 선수 본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브리또 선수의 실책이 너무도 뼈아프게 느껴졌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양팀은 오늘 경기에서 도합 12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그 양상은 전혀 달랐다. 일찌감치 선발 송진우가 마운드에서 내려온 한화는 모두 6명의 불펜 투수를 투입했다. 많은 불펜진을 소모한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보여준 게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화 불펜진이 던진 투구수는 모두 86개, 아웃 카운트 14개를 잡기 위해 던진 투구수 치고는 너무 많았다. 게다가 윤규진 선수의 실점까지 포함하면, 무려 7점이나 실점을 허용했다. 자신의 자책점으로 기록되든 그렇지 않든, 모든 불펜 투수가 자신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 실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볼 때,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이전까지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물음표를 달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젠 확실히 불펜이 심각한 약점이라는 점이 증명된 셈이라고 쳐도 좋을 지경이다.

반면, SK는 말 그대로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한다는 의미에서 여유 있게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릴 수 있었다. 물론, 7회 이승호 선수를 투입한 것은 데이비스 선수를 잡겠다는 의지였다. 어제는 보기 좋게 삼진을 기록한 것과 달리 볼 네 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데이비스 선수를 출루시켰다. 이승호 선수는 SK의 이번 준플레이오프 로스터에 포함된 유일한 좌완 투수다. 그리고 한화에서 위협적인 좌타자는 데이비스 선수뿐이다. 결국 이승호 선수는 데이비스를 견제하기 위한 스페셜리스트인 셈이다. 따라서 데이비스 선수에 대한 좀더 철저한 연구와 승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승호 선수에 이어 곧바로 등판 위재영 선수는 김태균 선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어제의 부진으로부터 벗어나 다시금 믿음을 안겼다. 9회에 올라온 송은범 선수 다소 긴장한 듯 원바운드 볼을 던지기도 했지만, 두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정대현 선수 역시 고동진 선수에게 안타를 하나 얻어맞기는 했지만, 데이비스 선수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2 수비진

사실 오늘의 승부는 브리또 선수의 실책 하나에 의해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 아니라 오늘 역시 양 팀 모두 원활한 수비를 보여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록된 실책은 한화 1개(브리또), SK 2개(김원형, 정경배)뿐이지만 다소 아쉬운 장면이 여러 차례 보였다. 

먼저 브리또 선수의 실책 얘기부터 하겠다. 김태균 선수의 타구를 브리또 선수가 열심히 따라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정도 깊이라면, 내야 안타가 된대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따라가서 잡은 것까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서 3루에 공을 던져서는 안 됐다. 그대로 나두었더라면 어차피 만루 상황이다. 만루 상황이라는 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쉽지만 거꾸로 자동 포스 플레이 상황이 되기 때문에 실점을 막기에도 좋은 상황이다. 마운드에 올라 있는 투수가 노련한 송진우 선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당시 송진우 선수는 박경완 선수에게 동점타를 허용 다소 진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내야진은 무리한 승부를 걸어 아웃 카운트를 늘리기보다, 안정되고 견실한 플레이로 투수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 타자인 박재홍 선수에게 송진우 선수는 무려 10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끝끝내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나야 했다. 초구는 볼, 파울, 또 볼, 그리고 계속 커트 당했다. 파울볼 가운데는 좌익 선상을 아깝게 벗어나는 타구도 있었다. 송진우 선수 최선을 다한 투구였지만, 박재홍 선수는 큰 경기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선수였다. 그래서 수비 실책으로 인해 흔들린 게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박재홍 선수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비록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데이비스 선수가 공을 한번 더듬었다. 이 과정에서 실점하지 않은 건, 김태균 선수 혹은 최태원 3루 코치의 판단 미스 때문이지, 한화 측의 원활한 중계 플레이 결과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김민재 선수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번트 타구가 다소 정직한 바람으로 날아간 바람에 김태균 선수의 스타트가 좋지 못했다. 사실 홈에서 승부를 볼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규진 선수는 공을 잡아 1루로 던지기 급급했다. 점수는 3점차로 벌어졌다. 2점차와 3점차는 분명히 다른 점수다. 사실 이 점수로 승부가 결정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데이비스 선수의 아쉬운 수비는 8회에도 한번 더 나왔다. 물론, 김재현 선수의 타구는 거의 담장 앞까지 날아갈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하지만 못 잡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의 판단 실수만 아니었더라면 잡을 수 있을 법한 타구였다. 타구 판단은 좋았지만, 마지막 포구 지점에서 약간의 섬세함이 부족한 플레이였다. 주자들 역시 타구가 잡힐 것으로 판단해 뛰지 않고 있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이후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던 플레이였다.

SK 측에서는 역시나 정경배 선수의 수비가 다소 아쉬웠다. 7회 실책으로 기록된 플레이 상황에서는 송구 과정에서 김원형 선수가 뛰어 들어오는 속도를 조금 잘못 계산한 것 같았다. 다행히 박경완 선수가 제 때에 백업을 들어왔기에 망정이지 차짓 주자를 2루까지 보낼 수 있는 플레이였다. 역시나 마운드에 경험 많은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화려함보다 안정된 플레이가 필요했던 시점이라고 하겠다. 

이것 말고도 몇 차례 불안한 모습이 있었다. 3회 실점 과정에서의 플레이는 내야가 단단해서 강한 바운드 탓에 잡기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 그러나 몇 걸음 뒤였다면 잡을 수도 있었을 타구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2사였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어차피 이번 시즌 데이비스 선수가 밀어 때린 타구가 27%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면으로 날아오는 강한 타구에 대비했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정경배 선수는 몇 차례 수비 위치 선정 과정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우익수 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내야 안으로 막아낸 것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수비 위치가 좀더 1루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면 잡아낼 수도 있었다는 점도 고민해 볼 만한 일이다. 오늘 SK 투수진은 58% 가량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보였고, 2.22 정도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컨트롤이 상당히 안정 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박경완 선수의 리드 역시 우타자의 바깥쪽을 겨냥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좌측을 뻗어나간 타구는 전체의 21%밖에 되지 않았다.

김태균 선수의 3루 수비는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게다가 김민재 선수 또한 한 차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2루 쪽으로는 제법 넓은 수비 범위를 몇 차례 보이기도 했다. 따라서 정경배 선수의 수비 위치가 1루쪽으로 좀더 치우친다고 해도 크게 불안해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포수의 사인은 투수에게만 보내는 게 아니다. 이는 내야수 전체가 확인해야 하는 것이며, 또한 외야수에게도 제대로 전달되어야 하는 것이다. 박경완 선수가 요구하는 코스에 따라, 특히 바깥쪽 공을 요구했을 경우 정경배 선수의 수비 위치 조정이 보다 능률적으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 3 공격진

오늘 양 팀을 통틀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는 박경완 선수다. 2회말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4회에 동점타, 그리고 8회엔 선두 타자로 한화측 불펜에 떨어지는 홈런까지 기록했다.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특히 4회의 동점타는 선취점에 이어 곧바로 역전을 허용한 팀에 다시 동점을 안기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게다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8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어제 연겨푸 삼진으로 물러나던 무기력한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호준 선수의 홈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비록 두 경기를 통해 안타라고는 달랑 그 홈런 하나뿐이지만, 중심 타선에서 제 몫을 담당해야 할 선수라는 점에서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하는 바이다. 마지막 타석에서 0-3에서도 그린 라이터를 켜 준 코칭스태프의 의중은 이호준 선수의 부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였다고 본다.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기 스윙을 가져가는 이호준 선수의 모습을 팬들은 보고 싶을 것이다.

1번 타자 박재홍 선수 역시 5타수 3안타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송진우 선수와의 승부에서 10구째만에 타점을 기록한 장면은 오늘 박재홍 선수 활약의 백미라고 하겠다. 큰 경기에 강한 이미지가 있는 선수니만큼 앞으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김민재 선수는 스퀴즈를 비롯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며, 2번으로 전진 배치한 조범현 감독의 의도를 충실히 따라줬다. 

김재현 선수 역시 두 차례 삼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방망이 한 가운데 제대로 맞는 타구를 날린 만큼 시리즈의 진행에 따라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영 선수 역시 2루타를 치고 나가 득점에 성공하며 팀에 동점을 안겼다. 채종범 선수 4회 이진영 선수가 볼넷으로 나간 상황에서 때린 안타로 1,2루 찬스를 만들며 후속 타자들의 활약에 뛰어난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경배 선수, 몸을 사리지 않는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첫 타점을 만들어 냈다. 1루에 슬라이딩했던 그 열정은 타석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타석과 수비에서 모두 열정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수비에서 좀더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면 공격력 또한 극대화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태균 역시 시리즈 타율 .750이 보여주듯 타격감이 좋은 상태기 때문에, 강한 9번 타자로서 상위 타선과의 확실한 연결 고리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본다. 사실 브리또의 실책이 없었더라도 그 타구는 내야 안타 코스였다.

지난 글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SK의 타선이 살아 나기 위해서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였다. 그리고 오늘 그 선수들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공격력을 완전히 부활시켰다. 조동화 선수 비록 다른 방식으로 안타를 만들었지만, 번트 안타를 시도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최익성 선수 또한 깔끔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앞으로 시리즈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기록한 만큼 흠잡을 데 없이 거의 완벽한 공격력이었다.

반면, 한화의 공격은 다소 답답해 보였다. 특히 김태균 선수의 부진이 심각했다. 데이비스 선수는 어제에 이어 2타점을 올리며 자기 몫을 다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태균 선수의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은 건 아쉬운 일이다. 특히 7회 만루 상황에서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장면은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번 시즌 만루 상황에서 .450의 타율에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한화는 장타력의 팀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선수가 바로 김태균 선수다. 그렇다고 SK 투수진이 특별히 김태균 선수를 거른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실 김태균 선수가 컨디션이 좋다면, 이도형, 이범호 선수의 나쁜 컨디션을 고려할 때 얼마든 거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중심 타선에서 데이비스 선수의 컨디션만 좋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히려 데이비스 선수를 거르고 김태균 선수와 상대하려는 작전을 구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따라서 김태균 선수의 컨디션 회복이 한화 공격력 부활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오늘 한화의 장타는 3회에 터진 김인철 선수의 2루타가 유일했다. 비록 기록이 8연타석 출루로 그치며 역대 포스트 시즌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조원우 선수는 꾸준히 출루해 주었다. 앞에서 데이비스 선수가 기회를 모조리 쓸어 담는다는 건 핑계가 안 된다. 그럴 때일수록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몰아쳐야 한다. 게다가 하위 타선이 허약하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한화는 중심 타선의 부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특유의 팀 컬러를 기대하기가 어렵고, 그렇기 위해서는 김태균 선수의 부활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확실히 어제, 오늘의 모습은 타점 2위 선수라고 보기 어렵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한화 타선의 무기력증이 방망이에서만 드러난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비스 선수 방망이로 좋은 솜씨를 뽐냈지만, 열심히라는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주고 싶은 장면이 하나 있었다. 2루수 땅볼을 치고 1루 앞에서 멈춰서 버렸다. 송구가 좋지 못해 김원형 선수 가까스로 공을 잡았다. 데이비스 선수가 열심히만 뛰었더라면 충분히 세이프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실점 직후 곧바로 공 네 개로 상대 투수에게 이닝을 마무리짓게 해준 건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때리고 싶은 공이 왔길래 때렸다고? 그래서 두 선수가 초구에 너무도 쉽게 땅볼로 물러났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단기전은 누군가 미치지 않고서는 이기기 어려운 경기다. 그리고 미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악바리 근성이다. 오늘 한화 타선에선 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4 나가면서

어제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이 희생 번트로 초반 승기를 잡았던 것처럼, 오늘은 점수 1점을 더 짜낸 조범현 감독의 스퀴즈 플레이가 팀 컬러를 대변했다. 이후엔 SK 장타력의 대폭발이 있었다. 분명 SK 타선의 부활 조짐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내일 경기가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대전 구장으로 내려간다면, 분명 잔야구와 장타력을 자유자재로 결합할 수 있는 SK 타선은 분명 한화 투수진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3차전 선발은 김해님 對 신승현이다. 한화는 옆구리 투수에 약한 면모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신승현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오늘 경기 상대 투수진에게 틀어 막힌 한화 타선으로는 더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김해님의 어깨가 더 무겁다고 하겠다. 한화에서는 4차전 선발로 문동환을 내세울 확률이 높을 걸로 보인다. 따라서 김해님 선수가 3차전에서 분위기를 어떻게 끌어오느냐에 따라 시리즈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한화 측에서 주의해야 할 건, 박경완 선수의 기를 너무 살려줬다는 것이다. 야구에는 포수의 기분을 좋게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제 SK의 패인은 신경현 선수의 기분을 살려줬다는 것이었고, 오늘 한화의 패인은 박경완 선수에게 마찬가지였다는 점이다. 오늘 신경현 선수는 4타수 무안타로 타석에서 부진했고, 투수 리드에서도 칭찬받을 만한 게 별로 없었다.

오늘 한화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 불안한 내야 수비, 그리고 정말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불펜. 하지만 아직 지연규 선수는 가동되지 않았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그들의 타선은 여전히 만만찮게 볼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들을 이끄는 감독은 김응용 감독에게 한국 시리즈 첫패배를 안긴 명장이다. 퇴물에 가까운 박철순을 투입하는 엄청난 승부수를 던져, 시리즈 흐름을 바꿔놨던 그 명장 말이다. 그래서 3차전 팀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타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완전히 봉인이 풀린 SK가 시리즈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지, 아니면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살아나며 홈구장에 웃으며 돌아갈지 흥미진진한 한판이 될 것이다. 양팀의 아주 멋진 한판을 기대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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